




2025 서리풀 송년음악회 후기 – 한 해의 끝에서 만난 따뜻한 위로의 무대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되지요. 어떻게 달려왔는지, 무엇을 이뤘는지, 잘했는지 못했는지… 그리고 조용히, 혹은 조금은 쓸쓸하게 한 해를 정리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제가 참석한 2025 서리풀 송년음악회는 그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젊은 연주자들의 에너지와 깊이 있는 음악을 듣는 순간, 제 마음에도 고요하지만 따뜻한 여운이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은 화려하다기보다는 편안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중심을 잡고 있었고, 관객들이 편하게 숨을 고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된 프로그램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 그리고 그들의 활 끝에서 전해지는 순수한 감동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아, 음악이라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구나’ 하는 진한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았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송년음악회의 분위기와 공연 구성, 그리고 제가 받은 인상과 감동을 가득 담아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공연장의 분위기 – ‘한 해 잘 견뎌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공간
올해의 서리풀 송년음악회는 화려하게 꾸며진 연말 콘서트라기보다는, 마치 오랜 친구와 조용히 차 한 잔을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습니다.
로비에서는 관객들이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서로 인사도 나누며 따뜻하게 분위기를 채워가고 있었고, 객석으로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포근한 무대 분위기가 연말의 차분함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객석의 공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날의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아주 차분하고 편안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편하게 음악을 듣고 쉬어가도 되는 날이에요’라고 공연장이 조용히 속삭이는 느낌이랄까요.
2.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 – 기교보다도 마음이 먼저 전해졌던 연주
이번 송년음악회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젊은 연주자들의 생생한 에너지였습니다. 요즘 많은 클래식 공연이 훌륭한 기교와 완성도 높은 해석으로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날은 그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연주자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악보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그들의 열정이 무대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고, 관객들의 표정에서도 그 감동이 자연스럽게 묻어났습니다.
3. 프로그램 구성 – 자연스럽게 흐르는 ‘따뜻한 음악의 결’
송년음악회답게 프로그램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곡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곡, 문득 눈을 감고 멜로디를 음미하게 되는 곡, 연말의 설렘을 담은 곡들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클래식 공연에서 프로그램의 흐름은 참 중요합니다. 첫 곡에서 이미 공연 전체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중반부의 곡들은 감정의 굴곡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 곡은 관객이 공연장을 나설 때 마음에 남는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프로그램은 연말이라는 시점을 아주 잘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올해 참 여러 일이 있었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되는 그런 흐름이었달까요.
4. 연주를 들으며 느낀 감정 – 마음 깊은 곳의 먼지가 가볍게 털리는 느낌
음악이 좋은 이유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위로를 받기 위해 음악을 찾고, 또 누군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멜로디를 듣는 시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요.
저에게 이날 음악은 잔잔한 위로였습니다.
큰 사건도, 거대한 감동도 아닌데…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작은 먼지 하나를 조용히 털어주고, 잘 버텼다고 토닥여주는 그런 위로였습니다.
특히 실내악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음색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고, 연주자들이 서로 숨을 맞추며 집중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힘이 전해졌습니다.
한 해 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뒤로 밀려났던 감정들과 생각들이, 음악 속에서 조용히 떠올랐다가 사라져 갔습니다.
그 과정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습니다.
5. 관객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 음악이 이어주는 연말의 인사
이번 송년음악회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큰 환호 대신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고, 연주자가 무대를 내려갈 때마다 관객들은 고마움을 담은 표정으로 연주자를 배웅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닿는 순간이 공연의 묘미이자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 같은 존재이지요.
관객도 연주자도 한 해를 무사히 살아낸 고마움과 안도감을 갖고 그 자리에 있었고, 그런 마음들이 공연장 안에서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6. 연말을 마무리하는 데 딱 맞는 음악회
연말의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 관람’이 아니라, 마음 정리를 위한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리풀 송년음악회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분들, 조용하지만 깊은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정말 잘 맞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고, 어느새 ‘그래, 내년에는 조금 더 잘해봐야지’ 하는 의지가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7. 음악회가 준 선물 – ‘잘 버텼습니다. 그리고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피로와 걱정들이 음악을 들으며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갈 즈음에는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정말 수고했어.”
“그리고 내년엔 더 행복하자.”
이 두 가지 문장은 송년음악회의 감동을 담아 제 자신에게 조용히 건넨 말이기도 합니다.
예술은 때때로 우리가 하지 못한 말을 무대 위에서 대신 건네줍니다.
이번 공연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2025 서리풀 송년음악회는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말없이도 큰 위로를 건네는 음악회의 좋은 예였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 프로그램의 부드러운 흐름, 공연장의 차분한 분위기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연말의 감성을 잘 담아낸 무대였습니다.
바쁜 연말 일정 속에서도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올해 유독 힘들었던 일이 있으셨다면, 내년에는 더 따뜻한 순간들이 많이 찾아오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조용한 연말 음악회에서 저처럼 위로받는 시간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존재니까요.
2025년의 끝에서, 조용하지만 따뜻했던 공연의 기억을 마음에 담으며.
덧..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무대를 기획하셨다는 배종훈 지휘자님의 말씀에 감동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연주자들이 다양한 무대에서 시민들을 찾아와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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