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5. (화)



유현준 교수의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남은 생각들
2025년 11월 25일, 성동구청에서 진행한 명사 특강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인공은 건축가이자 도시 인문학자로 널리 알려진 유현준 교수였습니다.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익숙하게 접해오던 분이었지만, 직접 강의를 듣는 경험은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이미지보다 훨씬 깊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성동 명사 특강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의 전문가를 가까운 동네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관점을 넓혀주는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늘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번 유현준 교수의 강연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채워주었습니다.
방송에서 보던 ‘유현준’과 실제 강의에서 만난 ‘유현준’
강연 전에는 “방송에서 보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유현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강의는 전혀 달랐습니다.
방송에서는 시간 제약과 포맷의 한계로 핵심적인 메시지 위주로 전달되었다면, 강의에서는 그 메시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가 훨씬 입체적으로 설명되었습니다.
단순히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 사람들이 왜 특정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 도시의 구조가 우리의 인간관계와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공간이 바뀌면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듣는 내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깨달음이 반복되었습니다.
해박함이 느껴지는 강의, 그러나 결코 어렵지 않은 설명
유현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해박함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건축, 도시계획, 사회학, 역사, 인간 심리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지만, 설명 방식은 매우 일상적이고 친절했습니다.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않고,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로,
어려운 이론은 우리가 이미 경험해 본 공간 이야기로 풀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왜 어떤 골목에서는 천천히 걷고 싶어 지는지, 왜 어떤 아파트 단지는 사람 간의 교류가 줄어드는지 같은 이야기들은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라는 공감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감은 강연을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공간 이야기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유현준 교수의 강의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건축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사람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짚어주셨습니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강의를 듣는 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구조, 집의 형태, 길의 폭과 동선 하나하나가 우리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공간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강연이 끝난 뒤 성동구 거리를 걸어 나오면서도,
“이 길은 왜 이렇게 느껴질까”,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까”
같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좋은 강의가 남기는 여운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으로 더 깊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마음에 남았던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꼭 책으로 차분히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현준 교수의 책들이 왜 꾸준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지, 이번 강의를 통해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강의에서 다뤄진 이야기들은 분명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더 깊은 맥락과 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방송이나 강의에서는 시간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교수님만의 사고 과정, 그리고 더 많은 사례들이 책 속에는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자연스럽게 “어떤 책부터 읽어볼까”를 고민하게 되는 강의는 흔치 않은데, 이번 시간이 바로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아쉬움
강의 내내 느꼈던 감정 중 하나는 아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어느새 마무리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더 던져보고 싶었고,
사례를 조금 더 듣고 싶었고,
성동이라는 지역과 연결된 이야기도 더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이 강의가 시리즈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번의 강의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에 함께했던 많은 분들이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성동 명사 특강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
아직 성동 명사 특강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개인적으로는 꼭 한 번 참여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일상의 시선을 바꿔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현준 교수의 강의는
- 건축이나 도시 분야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께도 충분히 흥미롭고
-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 강의가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겨줍니다.
성동구청에서 이런 수준 높은 강의를 꾸준히 마련해 주고 있다는 점 역시, 주민으로서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예정된 명사 특강 역시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강의가 남긴 것
이번 유현준 교수의 강의는
“공간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바꿔주었고,
“삶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언어”를 배운 시간이었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방송에서 보던 명사 유현준이 아니라,
생각을 차분히 풀어내는 강연자 유현준,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연구자 유현준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책으로 다시 만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강의를 한 번 더, 아니 여러 번 더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습니다.
다음 성동 명사 특강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이번 경험이 적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강의 시간 조절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만큼 강의시간을 정확하게 강사에게 인지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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