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감성의 영화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진사 한석규와 주차 단속원 심은하의 따뜻하고 간절한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1998년 1월 24일 개봉했으며, 평점은 9.3점입니다.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2013년 재개봉되었으며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줄거리 및 평점
정원(한석규)은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담담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정원은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헤어진 상태이고 혼자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업무용 사진이 필요했던 주차질서 요원 다림 (심은하)이 사진관에 들어오게 됩니다. 자상한 성격의 정원에게 호감을 느낀 다림은 자주 사진관을 오게 됩니다. 사진관에 들어온 다림이 잠시 쉬면서 시원하게 정원은 선풍기 방향을 다림 쪽으로 맞춰줍니다. 길에서 만난 다림이 커다란 짐을 가지고 가는 것을 본 정원은 오토바이에 태워줍니다. 스쿠터 정비소에서 일을 보던 정원은 비를 피하기 위해 정비소로 들어온 다림과 만나게 되고 둘은 같은 우산을 쓰고 사진관으로 갑니다. 정원은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친구들과 추억도 나누고 사진으로도 남깁니다. 비디오 재생을 어려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알려주고 사용방법을 종이에 적어주며 설명합니다. 예쁘게 화장을 한 다림은 정원에게 칭찬을 받습니다. 다림은 환한 웃음으로 답을 합니다. 다림은 친구가 서울랜드에서 일하고 있는데 공짜표를 준다고 했다면서 정원과 데이트를 하기로 합니다. 데이트를 마치고 오는 길에 정원이 군대 시절에 겪었던 공포스러운 얘기를 다림에게 해 주니 다림이 정원의 팔짱을 끼며 바라봅니다. 정원은 말을 더듬고 당황합니다. 정원은 병의 급속한 진행으로 다림에게 연락할 겨를도 없이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다림은 한없이 사진관 앞에서 정원을 기다립니다. 다림은 며칠 동안 그를 기다리지만 나타나지 않는 그에게 편지를 쓰고 사진관 문 앞에 꽂아 놓고 갑니다. 그 후에도 연락이 없자 다림은 사진관 유리창에 돌을 던지고 갑니다. 정원은 마지막으로 사진관에 있던 다림의 편지를 읽고 근처 카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리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으며 삶을 마무리합니다.
순수한 사랑의 온기
영화의 주요 촬영지는 군산이며, 한석규의 일터인 초원사진관에서 주로 촬영하였습니다. 영화 장소를 선택하는 제작진은 세트 촬영보다는 현장감 있는 장소를 찾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나서도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군산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들어간 커피 전문점 창밖으로 한 여름의 햇살을 받은 수려한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차고 주인을 찾아 허락을 받아 사진관으로 개조하였다고 합니다. 초원사진관은 현재는 군산시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를 순수했던 젊은 날로 초대합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그때로 돌아갑니다. 지금은 스마트 폰의 일상화로 삶의 편리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시대이지만 우리의 젊은 날에는 폰이 없어도 가슴 두근거리고 한없이 설레고 행복했으며 아련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부치고, 사진을 현상해서 함께 즐기던 그때의 감성은 현재의 SNS 감성을 추월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스마트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현실 못지않게 그 시대의 청춘은 나름대로의 행복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영화를 보게 되니 이제는 한석규의 깊은 감정표현과 표정연기 그리고 손길의 미세한 연기가 보입니다. 아련한 초원사진관 주위의 전경도 보입니다. 사진관 내부의 소파, 플라타너스 나무, 군산의 거리들, 초등학교 운동장이 보입니다. 정원에게는 12월의 크리스마스는 맞이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림을 알게 되고 같이 보냈던 한여름의 8월 그 시간들이 정원에게는 마지막 크리스마스였으며 다림에게도 정원과의 추억이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관람평
1.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진짜 미친 듯이 울고 싶을 때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 와서 혼자 방에서 문 잠가놓고 소주를 마시며 이 영화를 봅니다. 평소엔 눈물이 하나도 안 나는데 이상하게 이 영화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2. 한석규 씨 미소가 너무 부드럽고 멋집니다. 심은하 씨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3. 이 영화를 보면 왠지 저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집 앞 5분 거리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말고 구멍가게 퀴퀴한 냄새가 나는 냉동고 속 하드를 먹고 싶어 집니다.
4. 붙잡지도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남자,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삶을 살아갈 여자.. 내가 영화 속의 캐릭터 정원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5. 절제된 감정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한 편의 시 같은 영화였습니다. 여러 감상평처럼 여운이 긴 명화입니다.
6. 친구의 귓속에 대고 "나 곧 죽어"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웃으며 장난치는 한석규의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7. 8월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로 여운이 잔잔히 오래갑니다.
8. 클래식함과 아름다움이 더해져 더 좋은 영화입니다.
9. 순수한 사랑 영화로 서로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배려가 아닌 그런 순수함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
10. 세련됨보다 아날로그가 더 좋고 완벽함보다 부족함이 있는 게 사랑이었습니다. 우리의 누군가는 카메라와 필름이었습니다. 항상 날 눈으로 찍어줬으니 간직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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