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이 된 치히로의 환상적인 모험
10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자동차를 타고 지방도시를 이사를 가는 중 우연하게 처음 보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엄마와 아빠는 주인장이 없는 음식점에 산더미처럼 쌓인 산해 진미를 마구마구 먹어버린 나머지 그만 돼지가 되어버렸고 치히로는 악몽처럼 어두워진 거리를 지나 거대한 온천장에 도착합니다. 여긴 상대방의 이름을 빼앗아 지배하는 무서운 마녀 유바바가 경영하는 신들을 위한 목욕탕이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동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유바바의 으름장을 들은 치히로는 이렇게 돼지가 된 부모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계약 시 이름을 빼앗겨 센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 온천장에 들어올 때 센을 도와줬던 하쿠 역시 이름을 빼앗기고 자기가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겠지만 하쿠는 자기 이름을 잊었어도 치히로만큼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한 치히로는 인간이라는 미움을 받고 그나마 친절을 베푸는 건 말을 할 줄 모르는 가오나시뿐입니다. 어느 날, 오물로 얼룩진 오물 신이 온천장 '유옥'에 나타나는데 그 엄청난 악취를 참아가며 오물 신을 씻겨준 센은 신의 몸에 박힌 자전거 핸들을 발견합니다. 유바바의 지휘 아래 온천장 식구들은 힘을 모아 온갖 엄청난 양의 오물을 뽑아내 버립니다. 사실 그 신은 오물로 뒤덮여 있던 거대한 강의 신이었고 깨끗해진 신은 센에게 이상한 경단을 하나 줍니다. 종업원들에게 사금을 뿌리던 가오나시가 거대한 괴물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제 남은 건 센이 하쿠와 함께 이름을 찾고 돼지가 된 부모님을 되돌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면모
10살 여자아이가 돼지가 된 부모와 떨어져 이름마저 빼앗기고 목욕탕에 하녀로 일하며 결국 스스로 삶을 살게 됩니다. 이 작품 이전에 지브리가 세상에 선보인 '원령공주'는 당시 사회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이 작품이 다음 작품으로 나오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수익 1위,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고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등 수많은 권위 있는 상들을 쓸어 담았습니다. 사실상 지금까지도 일본 영화 최대의 성공작입니다. 왜 부모님은 돼지가 되고 치히로는 목욕탕에서 일하게 되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갑자기 돌입하는 이국적인 테마파트 온천장은 도대체 왜 거기에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0살 소녀가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 작품엔 어두운 면이 보이므로 보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른 작품입니다. 하물며 억지로 감동을 주려거나 캐릭터나 관객들을 울게 하려 하지 않고 알바 첫날부터 복닥거리는 스토리의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공개 당시 미국 시카고 타임스, 뉴욕 타임스, 엘에이 타임스 등 전부 극찬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딜 어떻게 칭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작품 내 유일신이 깊은 설득력과 매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관객의 의문의 여지없이 빠져들고 맙니다.
치히로 센의 능력
이 작품은 자칫 치히로가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유옥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다양한 고난을 뛰어넘으며 센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 센이 갖고 있던 힘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센의 능력의 근간은 말에 있습니다. 치히로가 헤매는 이 세계에서 말이란 돌이킬 수 없는 것 유바바가 지배하는 유옥에선 '아니다' '돌아가고 싶다' 한마디 해버리면 쫓겨나 버리게 됩니다. 반대로 여기서 일하겠다고 선언하면 유바바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는 가오나시는 작품 속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현대의 젊은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미야카키 감독은 힘이 전혀 실리지 않은 공허한 말들이 세상에 무의미하게 넘친다며 말이 가진 힘이야말로 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들
작품이 말하려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욕망으로 인한 파멸입니다. 치히로의 부모는 식욕을 이기지 못해 돼지가 되고 사금의 유혹에 빠진 청개구리는 가오나시에게 삼켜지며 가오나시 또한 욕심이 많은 이들을 삼키다 욕망 덩어리의 괴물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파멸하는 인물들과 대칭적으로 음식이나 가오나시의 약탕 패 사금에도 관심이 없이 순수함만을 관철하며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부모와 하쿠를 구하려 합니다. 두 번째인 가장 소중한 것들입니다. 센은 전학 전에 다니던 친구의 편지로 치히로라는 자기 이름을 찾고 그 밖에도 하쿠에게 어린 시절에 구해졌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하쿠바는 치히로가 신비의 세계에 있었다는 증거로 마지막 장면의 빛나는 머리끈이 나옵니다. 이건 그동안 겪은 일들이 꿈이 아니었다는 의미이자 치히로가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암시로 세 번째는 기억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입니다. 오물 신이 아닌 강의 신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얻게 된 경단은 치히로에겐 의미가 없지만 막상 하쿠에게 먹이자 저주와 마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작품은 네 번째로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으로 인해 자연이 희생되는 점 또한 시사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 속에서 일본의 자연을 깨끗한 자연, 두려워해야 할 자연, 변화해야 할 자연의 카테고리로 묘사하곤 했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모메 식당 2007 : 헬싱키의 평화로운 식당 (0) | 2022.11.01 |
---|---|
겨울 왕국 2013 : 디즈니 뮤지컬 에니메이션 (0) | 2022.10.31 |
범죄도시 2017 : 마동석 장르 (0) | 2022.10.29 |
더 렛지 2022 : 클라이밍 액션 스릴러 (0) | 2022.10.28 |
모가디슈 2021 : 한국인의 참신한 탈출기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