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 / 2025. 7. 25. 20:54

#38 존 보글 부의 마인드

 

 

 


돈, 일, 삶에 대한 진짜 척도 – 『부의 마인드』를 읽고

“얼마면 충분한가?”
존 보글의 이 질문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묵직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의 중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이 노(老) 투자가는 우리가 흔히 묻는 질문 —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까 — 에 대해 반대로 묻습니다.
“정말 그게 다인가요?”라고.

이 책, 『Enough: True Measures of Money, Business, and Life』는 단지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투자 지침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특히 이제 막 투자에 눈을 뜬 30~40대에게 아주 적절하고도 절실합니다.


1. 존 보글,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이유

존 보글(John C. Bogle)은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 Group)**의 창립자입니다.
그가 1976년 처음 선보인 '첫 번째 인덱스펀드'는 당시엔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수천만 투자자들의 기본 포트폴리오가 되었죠.
그는 투자의 대중화, 투자비용의 최소화, 장기적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자의 수호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Enough』는 그가 말년에 쓴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수익률, 종목, ETF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묻습니다.

“왜 우리는 그토록 돈에 집착하는가?”
“지금의 금융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 삶을 지탱하는 진짜 가치는 무엇인가?”


2. “더 많이”가 아닌 “충분히”의 기준

책의 제목인 『Enough』는 한국어로 '충분함' 정도로 번역됩니다. 이 단어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보글은 말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명성을 갈망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더 많음’은 오히려 삶을 파괴한다.”

30~40대는 흔히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결혼, 육아, 주거, 은퇴 준비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죠.
하지만 보글은 그럴수록 ‘자기만의 충분함’을 정의하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 연봉이 오르면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사야 할까요?
  • 투자수익률이 두 자릿수면 그것이 곧 성공일까요?
  • 친구보다 자산이 적다면 내가 실패한 걸까요?

보글은 이렇게 말합니다.

“돈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당신이 돈을 다스리지 못하면, 돈이 당신을 지배한다.”


3. 금융 시스템에 던지는 직설적인 비판

보글은 금융 업계의 내부인이자 개혁가였습니다.
그는 지금의 금융 산업이 지나치게 ‘단기 수익’에 집착하며, 투자자보다 중개업자와 금융회사를 위한 시스템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말합니다.

“중개인들이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지만,
사실상 그들은 투자자의 돈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비용’의 문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적은 수익률의 차이도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결과를 낳죠.
그래서 보글은 ‘인덱스 투자’처럼 비용이 적고 단순한 투자 방식이 진정한 장기적 복리의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대목은 특히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분들에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수익률 높은 펀드’보다는 비용이 적은 구조를 찾는 게 중요하고
  • ‘트렌디한 상품’보다는 단순하고 검증된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4. 부(富)보다 중요한 가치들

보글은 돈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정직, 근면, 절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건강한 경제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용적 가치입니다.

그는 특히 ‘도덕적 자본(mo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당신은 얼마나 양심을 희생하고 있는가?”
“당신이 일하는 방식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당신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가?”

보글은 ‘돈을 버는 기술’보다 ‘돈을 쓰는 철학’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신이 죽은 후, 가족이나 사회가 어떤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죠.
그는 평생 검소하게 살았고, 대부분의 자산을 기부했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 대부분은 내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말이죠.


5. 투자 초보자에게 보글이 주는 실질적 조언

투자를 막 시작한 30~40대에게 이 책이 주는 조언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단순함이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복잡한 전략보다, 저비용 인덱스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복리의 마법을 믿으세요.

② 수수료는 당신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비용입니다.
펀드 수수료, 자문료, 거래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③ 금융업계를 맹신하지 마라

광고나 마케팅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투자 철학과 기준을 확립하세요.
보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현명한 투자”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④ 삶의 균형을 잃지 마라

투자는 당신의 삶을 위한 것이지, 삶이 투자를 위한 것이 되어선 안 됩니다.
가족, 건강, 봉사, 자기 성장이 결국 가장 큰 자산입니다.


6. 이 책이 주는 울림: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충분히 갖고 있는가?”

이 책을 덮고 난 후, 독자는 이렇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충분한가?”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어떻게 쓰고 있는가?”
“나는 누구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보글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합니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가치와 태도다.
그 태도가 바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마무리하며 – 부는 수단이다, 삶이 목적이다

『Enough』는 단순한 투자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철학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 한가운데에서 평생을 산 인물이 전하는 삶의 지혜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더 적게 가지고도 더 많은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진정한 부는, 당신의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데 있다.”

지금 투자에 첫 발을 내딛는 당신,
돈을 불리는 방법만큼 돈과의 건강한 거리 두기도 중요합니다.
보글의 말처럼,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 추천 대상 독자

  • 막 투자에 입문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 30~40대
  • 돈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정립하고 싶은 분
  • 정직하고 건강한 투자 철학을 배우고 싶은 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존 보글 인덱스 투자 전략』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 『투자의 배신』 브라이언 포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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