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 / 2025. 11. 6. 16:02

#44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관계의 기술은 결국 말의 기술이다]

요즘 들어 “괜히 저 말을 했나?” 하고 후회한 적이 자주 있었다.
회의 중에 던진 한마디, 환자 상담 중에 나온 짧은 표현 하나가 뜻하지 않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내 의도는 분명 선이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다.
이 책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그런 내게 필요한 해답집이었다.
단순히 “말을 부드럽게 하라”는 교훈서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내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실전형 책이다.


1. 사람은 ‘옳은 말’보다 ‘기분 좋은 말’을 기억한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논리에 설득되지 않고 감정에 움직인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대부분 옳은 말을 하려 애쓰지만, 그 말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오히려 벽을 만든다.

예를 들어 누군가 실수를 했을 때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바로 지적하기보다
“이 부분, 조금만 다르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낫다.
의미는 같다. 그러나 감정의 온도가 다르다.

직장에서, 병원에서, 가정에서 —
‘옳은 말’보다 ‘기분 좋은 말’을 선택하는 습관이 인간관계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실천 포인트:

  • 말하기 전, 내 문장 끝에 ‘기분의 꼬리표’를 붙여보자.
    “내가 이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 부정 표현보다 긍정 대안을 제시하자.
    (× “그건 잘못됐어요” → ○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2. 말보다 중요한 건 ‘표정과 톤’

책에서는 “대화의 70%는 비언어적 신호로 전달된다”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무슨 말’을 할지에 집중하지만, 정작 ‘어떻게 말하느냐’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할 때도 그렇다.
같은 내용이라도 차분한 목소리,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자세 하나로 환자의 불안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저자는 “말은 귀로 들리지만, 마음은 눈으로 듣는다”라고 표현한다.
그 말이 참 와닿았다.

 

실천 포인트:

  • 말하기 전, 표정을 점검하자. 입꼬리가 내려가 있으면 내용이 공격적으로 들린다.
  • 말의 속도를 10% 늦추면, 신뢰도가 올라간다.
  • 말보다 먼저 ‘미소’를 보낸다.

3. 대화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

우리는 논쟁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이겨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대화는 설득이 아니라 연결이다.”

상대를 꺾으려는 말은 잠시의 쾌감을 줄지 몰라도, 관계를 오래 못 간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이 한마디가 긴장을 풀고, 서로의 거리를 좁힌다.

 

실천 포인트:

  • “그건 틀렸어요” 대신 “그럴 수도 있겠네요”로 시작하자.
  • 논쟁 중일수록 상대의 말에서 한 문장이라도 ‘동의할 점’을 찾아라.
  • 대화의 목적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관계 잇기’임을 기억하자.

4.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의 반응’을 바꿔라

책의 후반부에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적을 만드는 사람의 공통점은, 세상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듣는 순간 뜨끔했다.

누군가 무례하게 굴면, 우리는 그 사람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타인을 고치는 순간, 이미 당신은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대화의 초점을 ‘상대의 문제’에서 ‘나의 반응’으로 옮기는 순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불쾌한 말을 들었을 때 즉각 반박하지 않고,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할까?’라고 한 템포 늦추면 감정이 정리된다.
그 순간, 적이 친구로 바뀔 여지가 생긴다.

 

실천 포인트:

  •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반응하지 말고 ‘3초 규칙’을 지켜라.
  • 감정이 올라올 때는 ‘질문’으로 되받아라.
    (예: “그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 상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감정의 주도권을 지켜라.

5. 진심은 ‘맞장구’로 전달된다

책에서는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의 핵심은 경청’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단순히 고개만 끄덕이는 건 ‘가짜 경청’이다.
진짜 경청은, 상대의 말에 내 언어로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대화할 때,
“그랬구나.” “속상했겠네.” “그건 재밌겠다!”
이 짧은 맞장구만으로도 마음이 통한다.

 

실천 포인트:

  • 상대의 감정을 ‘반사’하는 말버릇을 들이자.
  • “그랬구나, 그랬어요?”만으로도 관계의 온도가 달라진다.
  • 대화 중 3분의 2는 듣고, 3분의 1만 말하자.

6.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기술이다

흥미로운 건, 저자가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대화법”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우리는 침묵을 어색하게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 침묵이 상대에게 ‘생각할 여백’을 준다.

특히 감정이 올라온 상황에서, 침묵은 분노의 불씨를 꺼뜨리는 소화기와 같다.
상대가 흥분했을 때 “그건 아니죠!”라고 맞받아치면 불이 번진다.
하지만 잠시 침묵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 사람도 스스로 목소리를 낮춘다.

 

실천 포인트:

  • 감정적인 대화에서는 ‘한 템포 늦춤’을 습관화하자.
  • 침묵을 ‘생각의 간격’으로 받아들여라.
  • 말보다 ‘멈춤’이 관계를 구할 때가 있다.

7. 관계를 지키는 한 문장

책을 덮으며 내게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상대의 자존심을 살리는 한마디가, 나를 지켜준다.”

우리는 종종 ‘솔직함’을 미덕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솔직한 말보다 ‘배려 있는 표현’이 훨씬 강력하다.
상대가 틀렸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한마디로 충분히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

대화는 결국 감정을 주고받는 예술이다.
말의 기술을 익힌다는 건, 인간관계의 내공을 쌓는 일이다.


8. 지금 당장 실천할 3가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래 세 가지를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1. ‘그럴 수도 있겠네요’로 시작하기.
    모든 대화의 첫 문장을 이 말로 시작한다.
  2. ‘3초 멈춤’을 생활화하기.
    감정이 올라올 때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쉬기.
  3. ‘칭찬 + 제안’으로 말하기.
    “이건 잘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결국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잃게도 한다.


9. 마무리하며 – 대화는 ‘나를 드러내는 거울’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화려한 수사나 심리학 이론보다,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말의 도구’들을 정리해준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대화의 품격은 인격의 품격이다.
오늘도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말로 내가 적을 만들까, 친구를 만들까?”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이 글은 40대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는 내 일상 속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대화의 지침서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말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사람과 잘 지내는 법, 마음을 잃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마디의 온도”를 의식하는 것에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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